임강유 아트그라운드 발행인.
한국 문학은 오랜 역사와 깊이를 자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탄생하는 활기찬 현장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 고민과 과제들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특히 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문학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의 문학계 동향을 살펴보면,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 속에서 젊은 작가들을 향한 지원이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을지 고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이 당면한 과제가 단순히 '좋은 글'의 부재가 아니라, 그 글을 쓰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젊은 문학 지망생들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예술 활동을 넘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얼마나 잘 쓰느냐'는 평가가 대학 합격은 물론 취업, 직장 내 평가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젊은이들은 글쓰기 역량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며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박 속에서 매주 방대한 양의 독서와 비평 과제를 소화하며 도서관과 독서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 문학인들의 모습은, 그들의 열정만큼이나 짊어진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신춘문예는 오랫동안 '문학청년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또한, 김화영, 박태순, 오생근 등 한국 문학계 거장들이 '대학 문학상'을 통해 문학적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은 젊은 시절의 등단과 지원의 중요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수의 등용문을 뚫기 위한 치열한 경쟁, 그리고 등단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정한 삶은 청년 문학인들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재능과 열정만으로는 쉽게 버텨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문학의 길을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해외 소개 노력이 이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이는 번역 및 해외 홍보 영역에서 주로 논의되는 부분이며, 국내 청년 문학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한국 문학의 미래를 굳건히 하려면 젊은 문학인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들이 오롯이 글쓰기에 집중하고,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사회와 기성 문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문학 잡지나 신문, 웹진 등에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 지면을 마련하거나 신인 문학인들을 위한 공모의 폭을 늘려야 한다. 현재 1년에 신춘문예 등을 포함한 주요 공모전의 당선자들이 30명 안팎 배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장르와 비교해 그 등용문이 확실히 좁은 것을 알 수 있다.
연예계에 매년 수 백여 명의 신인이 데뷔하고, 미술을 전공한 수 백여 명의 젊은 미술가들이 전시를 통해 미술계에 입성하는 것과는 다르게, 문학은 주요 등용문이 활동의 시발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곳을 통과하기에는 구멍이 좁다.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공모의 폭을 늘리되, 문학의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가 문학계 저변에 유행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젊은 문학인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써 내려간 글들이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한국 문학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