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유 아트그라운드 발행인
장애인 예술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인간 창의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중요한 축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장애 예술인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과 열정으로 숭고한 작품 세계를 일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되고 정당하게 평가받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진정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고, 모든 예술가들이 평등한 환경에서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소외된 이들을 돕는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문화적 깊이와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이에 장애 예술의 미래를 위한 깊은 성찰과 실질적인 제언을 하고자 한다.
장애 예술이 더욱 힘차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책적 기반을 강화하고 예산을 확충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장애 예술 지원은 단발성 프로젝트나 특정 행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문화예술 진흥법」의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예산을 확충하고, 장애 예술 정책 전담 부서나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구조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장애 예술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물리적, 정보적 접근성을 개선하여 '장벽 없는 예술 향유'를 실현해야 한다.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모든 과정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 권리이기 때문인데 공연장, 전시장 등 문화 시설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점자 안내, 음성 해설 서비스 등을 의무화하고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전시 및 공연 콘텐츠에도 웹 접근성 표준을 철저히 적용해, 누구나 차별 없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전문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창작 환경을 지원하여 재능 발현을 촉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예술적 재능을 가진 이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술 대학 및 문화예술 교육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창작 활동에 필요한 보조 인력, 특수 장비, 안정적인 작업 공간 제공 등 실질적인 인프라 지원 또한 절실하며, 이는 장애 예술인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예술가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 모든 노력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장애 예술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치 재조명, 즉 '편견 없는 공정한 시선'을 확립하는 것이다. 장애 예술을 단순히 '장애를 극복한 예술'이라는 동정적인 시선으로 보거나, 교육적 의미로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 장애 예술은 고유한 예술적 언어와 철학을 담은, 우리 사회의 다채로운 예술 장르 중 하나로 인식돼야 마땅하다. 언론, 교육,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장애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관람객들이 작품 자체의 예술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장애 예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공정한 유통 및 시장 활성화를 통해 장애 예술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위상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장애 예술 작품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거래될 수 있는 유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공공 기관의 장애 예술 작품 우선 구매 제도를 확대하고, 전문 갤러리 및 아트페어와의 협력을 통해 장애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전시 및 판매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작품 홍보 및 판매 지원을 통해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로써 장애 예술인들이 예술가로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예술계 내에서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 예술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위에 제언된 노력들이 유기적으로 실현되어 모든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하고, 모든 사람들이 장벽 없이 예술을 향유하며, 우리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진정한 예술은 경계를 넘어 가장 깊은 곳에서 빛을 발하며, 그 빛은 우리 모두의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